내 주요 하루 일과는 웹 서핑이다.
큰 일이지.
오늘 RSS 구독하는 한 블로그 글을 보다가 댓글에 익숙한 이름이 있어 혹시나 방문해봤더니 생각했던 사람이 맞았다. 그 사람의 특성대로
그의 블로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한 글들로 넘쳐났고 또한 올 5월에 책을 출판한 것도 알게 되었다. 2006년 이 사람이 Georgia Tech으로 유학을 가기 전 얼마동안 연구실 프로젝트를 같이 했었다. 이 사람은 C/C++ 및 윈도우즈 프로그래밍에 정말 실력있는 사람으로서 나 같은 꼬꼬마 개발자 실력을 갖은 이가 보기에는 참으로 신과 같은 솜씨를 가졌다.
데브피아라는 IT 전문 포털 사이트에서도 그의 글과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종종 찾아 읽어보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에 글 쓰기는 '하고 싶긴 한데 잘 되지 않는' 작업이다. 뭔가 펼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글로 옮기려고 했다가도 이내 잊어버리거나, 기껏 새 글타래를 열어 작성을 시작했다가도 내가 원하고 구성한 대로 글이 전개되지 않아 결국 포기해 버리고 만다. 참 안되는 것 중 하나는, 분명 머릿속으로 글의 주제와 방향, 논거 등을 생각하고 '이러이러하게 써 나가면 되겠다' 싶었던 것들이 막상 글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결국 '내가 뭘 쓰려고 했던가' 하고 논지가 흐려진다거나,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논거가 허점 투성이였음을 알게 되거나 한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가 몇 개 있다. (이 사람의 블로그도 이 목록에 당장 포함되었다.) 이 블로거들의 특징은 글이 명쾌하다는 것. 그 글들이 이야기하는 사실이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펼쳐나간다. 글 또한 잘 쓰여져서 문장이 길어지더라도 이해가 쉽고 표현도 좋다. 글은 사고의 표현이고 글이 논리적이고 잘 쓰여져 있다는 것은 글쓴이의 사고 또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로그에 글 한번 쓰려면 한 두시간은 필요한 내가 볼 때 참으로 부럽고 시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블로거들이 전문 블로거가 아님에도 포스팅 빈도수가 제법되는데 생업을 위해 블로그 포스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을 테니, 이미 머릿속으로 정리가 잘 된 원고를 글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므로 실제 글 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거나 혹은 일과 후 개인 시간을 쪼개어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두 가지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자일 경우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사고가 논리정연하고 어떤 논제에 대해 명확하고 근거있는 주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고, 후자일 경우 여가시간에도 생산적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블로거들은 대부분은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물론.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인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고 그렇다. 내가 어릴 적 나 역시 '공부 잘하는 학생'의 축에 들었기 때문에 사실 내 스스로 나의 미래에 대해 대단히 낙관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 큰 성공을 이룬 사람, 역경을 이겨내고 자기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사람.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사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초중등 시절 손쉽게 얻어낸 그 점수들이 나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순진하게 믿었던 게지.
나도 한때는 명석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없었더라도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무튼 지금은 명석하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그냥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니 그랬던 때가 한 순간이라도 존재했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명석했을 게다.
명석함을 타고 났든 그렇지 않든 결국 후천적인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