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의 일.
언제나처럼 주말이면 붐비는 양화로를 지나 집으로 향하던 중,
2차로에 있던 제네시스가 내가 진행하고 있던 1차로로 머리를 슥 디밀었다.
당시의 차간 거리로 봤을 때, 제네시스를 내 앞에 끼워주려면 내가 다소 급정거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미리 좌측 깜빡이를 켰더라면 내가 충분히 서행해서 끼어들기를 허락할 수도 있었다.
깜빡이를 먼저 켜면 자리를 안 내어주는 고약한 심보들 때문에 켜지않고 일단 머리부터 들이미는
운전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게 중에는 고급 승용차 임을 내세워 무작정 들이미는 사람들도 꽤 있다.
과실비율이 작아도 수리비용+렌트비용이 크므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피해갈 수 밖에.
들이미는 쪽에서도 '받을 테면 받아봐라. 그래봐야 너만 손해'라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할른지도 모르지만
사실 정말로 와서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거다. 그렇게되면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일이 발생하며
자신의 고급 승용차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상대방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라 예측하며, 동시에 자신이 가정한 최악의 상황, 즉 차간 충돌이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극히 작다고 믿고, 자신의 차를 볼모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고자 하는
행동이다.
그러다가 이와 비슷한 틀의 사건이 떠올랐다. 그것은 지난 광우병 사태 때의 유모차 부대.
경찰이 전경과 살수차를 동원하여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려고 하자 유모차에 자녀를 태운 아주머니 한 무리가
시위대의 제일 앞에서 서서 경찰의 진압을 막아 냈던 일. 당시 이것에 대해 '용감하다. 감동적이다. 대단하다.' 등의 시각과, '애들이 무슨 죄인가. 정신 나간 짓. 아동 학대'라 보는 시각이 대립하여 MBC에서는 이것에 대해 다룬 시사 프로그램 한 꼭지를 제작 방송하기도 했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당시 나는 아주머니들의 용기에 감동한 쪽이었다. 심지어 가슴 뭉클하기까지 했다. 그 후에 '아동학대'란 의견을 접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까지는 이 두 시각에 대해 중립적이라고나 할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질지 분명히 하지 못했었는데 어제의 일로 분명해졌다.
당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님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 그 행위는 분명 아동 학대가 맞다고 본다. 그 분들의 행동은 내가 앞에서 적은 '고급 승용차 운전자'들의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 경찰들이 유모차를 앞세운 아주머니들의 진압을 시도했다면 그 과정에서 유모차의 아이들이 다치거나 혹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면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경찰은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을 것이고 신뢰를 잃을 것이다. 유모차 부대는 이런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그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유모차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그 어머니들은 과연 비극적인 결과로부터 무결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자기 아이를 볼모로 경찰과 대치하였는데 그것은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내세워 위험한 끼어들기를 하는 운전자와 같다. 영웅적인 행동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멍청한 짓이랄까. 그 아주머니들은 전경과 살수차가 배치되기 이전, 촛불시위가 그래도 평화적이라고 말해질 수 있을 그 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어야 했다. 자신의 목숨도 아니고 이성도 제대로 못갖춘 어린 아이들을 방패 삼아 위험한 경찰-시위대 대치 현장에 나오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 아주머니들중 한명이 인터뷰에서 '내 아이가 먹을 음식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절박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절박했다면 아이들의 사진을 크게 인쇄하여 목에 걸고 이름과 나이를 명기하고 아주머니들끼리 경찰앞에 나서서 스스로 온 몸으로 물도 맞고 경찰에 끌려가고 그랬어야 했다. 아이들은 안전한 집에 두고 말이다. 그것이 절박한 어머니가 했어야 할 행동이라고 본다.